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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정태인 / 경주 APEC, 천년 국제도시를 둘러싼 길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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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56회 작성일2025-06-17 15: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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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체제(APEC) 정상회의는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고려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경주는 시작부터 개방적이고 국제적이었다. 유라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과도 인연을 맺고 있었다. 이제는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태평양 횡단의 인연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경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신라왕의 호칭 및 당시 유물과 유적에서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과의 인연을 발견한다. 신라의 지배세력은 북방과 남방으로부터 이주한 집단이고 왕의 호칭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이주민의 언어였다. 그래서 지배세력이 바뀔 때마다 왕의 호칭이 변화했다. 유물과 유적 그리고 그 무렵 세계정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초대왕은 거서간(居西干)으로 불렀다. 박혁거세의 탄생설화에 말이 등장하고 유라시아에서 널리 쓰인 ‘00간(干)’으로 호칭했다는 사실은 지배세력이 북방에서 이주해왔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 중국대륙의 한(漢)왕조는 북방으로 팽창을 시도하고 흉노를 정벌하고 고조선을 멸망시켰다.


2대 남해왕은 차차웅(次次雄)으로 불리고 3대 유리왕부터 4대 석탈해를 거쳐 16대 흘해왕까지 이사금(尼師今)으로 불리었다. 차차웅은 남방어의 느낌이 있고 이사금은 남인도 타밀어다. 당시 남인도는 말래카해협을 지나 동북아시아에 이르는 해상무역권을 구축했다. 인도 이주민이 한반도에 도래하고 농사와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철기문명을 전파함으로써 지배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가야에서는 인도계 왕비족이 등장하고 인도 이주민이 도착한 김해에는 야철지가 있다. 그리고 쌀과 아버지 등 타밀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투르크-인도-아랍이 만든 천년 국제도시


김(金)씨 세습이 시작된 4세기 17대 내물왕부터 마립간(麻立干)으로 불렀다. 왕을 ‘00간(干)’으로 호칭함으로써 북방 이주민임을 보여주고 금을 숭배하는 중앙아시아 투르크계라서 김(金)씨다. 수도는 금성(金城)이었는데 투르크어로는 ‘알탄칸트’, 뜻은 ‘김(金)씨 마을’이다. 중앙아시아 알타이 사슴뿔 형상의 금관이 그렇고, 출토된 토우 기마상도 투르크 기병 모습이다. 그 무렵 양자강 이북은 북방민족이 지배했다.


신라 조정의 한화(漢化)정책으로 503년 지증왕부터는 호칭을 왕(王)으로 바꿨다. 세월이 흘러 879년 헌강왕 재위시절에 아랍상인 처용이 도래한다. 8세기 이후 인도를 기준으로 동서로 분할되어 있던 해상무역권이 아랍세력에 의해 통합된다. 그래서 아랍세력이 남인도를 대체해 말래카해협을 지배하고 동북아로 진출하는 기회가 생긴다. 아랍상선의 신라까지 항해가 가능해졌다.


경주가 가지고 있는 유라시아 및 인도·태평양과의 인연은 귀중한 역사·문화적 자산이다. APEC 정상회의 유치는 인도·태평양과 인연의 재발견 계기를 제공한다. 두 지역과의 인연은 동서양 육로 및 해로와의 연결이다. 만리장성에서 이스탄불까지는 경주 김씨가 발원한 투르크계의 생활공간이고 그 공간을 따라 비단길이 뻗어있다. 인도와 아랍 이주민이 도래한 인도·태평양 해로는 근세에 이르러 간선 동서교통로가 되었다. 이제는 태평양 횡단의 인연이 추가되고 있다.


네트워크 가동을 통해 지방의 정부 대학 기업 시민단체를 연결하고 이주를 허용함으로써 인구문제를 포함하는 여러 지방현안의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 경주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신바드의 모험’이나 ‘뮬란’과 같은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를 제작하여 세계적 흥행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길을 관통하는 경주포럼의 필요성


이러한 인연의 핵심은 결국 ‘길’로의 연결이다. 현재와 미래는 정보수송로의 개척 및 활용이 관건이다. 미중간 경쟁의 핵심 분야다.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과 같이 우주항로 개척도 연장선상에 있다. 인간사는 길을 따라 이루어지고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보여주듯이 정보수송로 연결 없이는 경제활동은 물론 전쟁수행도 불가능하다.


우주공간도 무한한 것처럼 보이나 이용 가능한 길은 극소수의 1차원에 불과하다. 그 길을 선점하고 지배하는 자가 범지구적 경쟁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 계기에 ‘길’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로서 ‘경주포럼’ 발족 추진도 지방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필요해 보인다.


경주의 역사·문화적 자산이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과거를 미래에 투사해 지방발전의 성공사례 창조를 기대한다.


정태인 전 투르크메니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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