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마영삼 /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끝과 남겨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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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31회 작성일2025-07-07 15:54:35본문
이란 핵시설을 둘러싼 이스라엘-이란 간의 극한대치는 결국 미국이 초강력 벙커버스터 GBU-57을 투하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제 전세계는 미국의 이란 공습이 북한 핵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반면, 북한은 이미 50여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40개 이상 추가 생산이 가능한 핵물질도 확보한 상태다. 게다가 미국 본토 어디라도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도 개발했다.
1994년 미국이 북핵 시설을 폭격하려다 철회했던 결정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북한의 핵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이 사태를 결코 남의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집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전쟁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핵무기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이란과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적국의 핵 개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이스라엘 간의 사활을 건 충돌이었다. 핵무기를 두고 두 나라가 민족의 존망과 국가 운명을 걸고 격돌한 것이다. 이 전쟁은 ‘핵 개발’이 단순한 무기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 그리고 민족의 자존심까지도 걸려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다시금 각인시켰다.
핵을 둘러싼 생존게임의 진실
이란의 핵 개발은 중동이라는 복잡한 지정학적 무대 위에서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맞서고 또한 아랍 수니 국가들과 종파갈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핵무기는 이란에게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패이자 지역 패권을 위한 지렛대이며 2500년 전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민족적 염원의 도구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할 절박한 목표였던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은 곧바로 국제 제재로 이어졌고 이로 인한 경제적 대가는 참혹했다. 고물가와 생필품 부족은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특히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면서 연간 인플레이션이 무려 45%에 달했다. 달걀 30개 한판 가격이 이 기간 동안 650% 뛰어 60만리알인데 외환부족으로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미화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핵 보유국’이라는 지위를 확보하는 순간 국제정치의 판도를 거꾸로 뒤엎을 수 있다는 절박한 기대 때문이었다.
한편 이스라엘의 안보관은 유대민족의 역사에서 비롯됐다. 기원 후 70년 로마에 의해 조국에서 쫓겨난 이후 유대인은 2000년 동안 유랑과 핍박을 견뎌야 했다. 특히 2차세계대전 중 600만명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는 유대민족 DNA에 깊이 각인된 공포다.
이스라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는 절멸의 위기를 맞지 않겠다는 국가적 결의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역내 세력균형을 깰 수 있는 무기를 적국이 갖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안보의 금기’인 것이다. 자국의 핵무기에 대해선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의 핵 개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휘청거렸던 이스라엘은 반격에 나섰고 하마스뿐만 아니라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까지 동시에 무력화시켰다. 이로써 이란을 배후로 둔 ‘저항의 축’은 와해되었고 이스라엘은 이제 이란만을 유일한 위협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며칠 전 새벽 이란 핵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설득해 미군의 지원까지 이끌어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협공에 이란은 속수무책이었고 굴욕적인 조건의 휴전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북핵 30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가 운명을 걸고 싸웠는데 우리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그 정도의 절박함으로 임해왔는가”이다. 1993년 북핵문제가 처음 불거진 이후 30여년, 우리는 그간 7개 정부를 거치면서 협상과 타협에만 몰두하지는 않았는가? 북한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너무나도 소극적이었다. 이제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늦었다고 우리의 안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냉철히 상황을 분석하고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며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보여준 ‘결기’처럼 우리도 스스로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최선을 다해 제대로 써야 한다. 아무도 우리의 안보를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마영삼 고려대 아연 연구위원 전 주이스라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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