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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尹·바이든 신뢰관계 구축, 한·미 정상회담 최대 성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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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8 06:00:00 수정 : 2022-06-08 14: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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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오산기지 지하벙커 KAOC 찾아
굳건한 동맹 과시·장병 격려 모습 인상적
한·미연합훈련·사드기지 정상화 급선무

북핵 대응·대북관계 개선 동시 모색해야
대중관계는 원칙 지키되 눈치봐선 안 돼
한·일 양국 국민감정 정치적 악용 말아야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연구원 이사장실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아산정책연구원은 외교·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순수 민간 싱크탱크로서 초당적 차원에서의 정책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문 기자

“국가 간의 관계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외교·안보 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준규(68) 이사장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두 정상의 신뢰 관계 구축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산의 주한미군 공군기지 지하벙커에 있는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찾아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며 장병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40년 가까이 외교·안보 분야에 몸담아 온 이 이사장은 정상회담, 특히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의 내용보다 ‘양 정상 간에 얼마나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이런 측면에서 두 정상이 오산기지에서 작별 인사를 할 때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엄지척’을 하면서 남긴 “당신을 신뢰한다(I trust you)”는 말이 이번 정상회담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이라는 새 정부의 기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명료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기 위한 대중(對中) 외교와 문재인정부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양국에 대한) 국민 감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며 “지정학적으로 가깝게 붙어있는 중국과 일본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요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윤석열정부가 출범 초기에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획기적 개선을 꾀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예로 들며 “일본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려면 국내적으로 정치적 반대를 피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가 남아 있는 정권 초기의 정치적 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윤 대통령이 주안점을 둬야 할 외교·안보 분야 우선순위를 꼽자면.

“가장 중요하고 큰 과제인 한·미동맹 복원 내지 강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조기 방한을 계기로 첫 단추를 훌륭하게 끼운 것 같다. 북핵 문제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해결을 추구해 나가야 하지만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잘 관리해 나가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동시에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시급한 과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과의 양자 관계 차원이 아니라 한·미·일 3각 협력, 다자간 협력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윤석열정부 초기에 관계 개선의 획기적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한·미동맹 강화에 수반되는 중국의 반발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북한, 4강 외교에 매몰돼 소홀해지기 쉬운 외교 다변화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의 관계 증진이 매우 중요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남미 등 여타 지역 외교도 착실히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시급히 재건하거나 강화해야 할 한·미 협력 부분은.

“문재인정부라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대북 유화책을 추진하면서 중국과 북한에게 휘둘린다는 인상을 줬다. 그 결과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고, 전 정권은 아니라고 했지만 한·미간에 신뢰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양국 간 신뢰 회복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상당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서 하는 방어적 훈련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취소, 연기되는 일은 앞으로 지양돼야 할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시급히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신속히 대비태세를 갖춰서 한·미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은 30년이 넘었다. 역대 정권의 예를 보면 압박과 유화 모두 북핵을 저지하지 못한 것 같다. 위태로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묘책이 있을까.

“묘책은 있을 수가 없다. 원칙에 충실한 대책을 세워 꿋꿋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우선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표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대북 제재를 포함한 압박과 함께 회유 등의 유화책을 적절히 구사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가장 큰 관심은 나라의 존립이 아니라 정권의 생존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는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회유책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핵을 사용하겠다는 협박이 엄포용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불장난을 할 경우에 어떤 보복을 당하고 그 후과가 어떨지를 북한이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인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에 대한 새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적절히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발에 대한 대응은 첫째로 즉각적이어야 하고 둘째는 단호해야 한다. 전임 정권에서는 북한과의 대화와 관계 증진에 집착한 나머지 도발이 있을 경우에도 너무 복잡하게 계산을 많이 하다가 대응의 시기와 강도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선은 특별한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 무난한 인선이라고 본다. 다만 대통령실 비서관급이나 외교부 차관보, 실장급 인선에 있어서는 중국·일본을 잘 아는 인사들을 포진시켜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원팀’이 돼 잘 이끌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으로 중국의 견제와 경제보복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이 대중관계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경제뿐 아니라 정치, 안보적 측면에서 비중이 매우 크므로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확실히 하면 중국으로서도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 기초 위에서 다른 사안들을 판단할 것이다. 중국이 우리의 IPEF 가입을 싫어할 수는 있지만 단순히 이를 빌미로 어떤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중 관계에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나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중국을 일부러 자극할 필요는 없으나 중국이 원칙을 어기거나 과도한 반응을 보일 때는 우리도 단호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전임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한·일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우리의 국민감정이 대일관계 개선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냉철한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시급히 해결해야 될 중요한 과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간에 바닥나 있는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지난 5년 동안 양국 관계는 각종 현안으로 인해 악화했다. 양국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민간 부문 간의 신뢰 관계가 깨졌고, 거의 모든 대화 통로가 막혀 버렸다. 한·일 관계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일본 측은 윤석열정부에 어느 정도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신을 갖지는 못하고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은 양국 신뢰 회복의 첫걸음을 떼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다. 박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고, 각종 현안에 전향적으로 임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을 일본 측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의 노력을 방관자적으로 지켜만 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 정부가 대일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국내의 강경한 반일 분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준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1954년 충남 공주 출생 ●서울 경기고·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법학 석사 ●외무고시 12회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 주중국 공사참사관 겸 총영사,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 및 재외동포영사 대사, 주뉴질랜드 대사, 주인도 대사, 주일본 대사 ●제31대 외교안보연구원장 ●제22대 한국외교협회장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대담=송민섭 외교안보부장, 정리=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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