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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 (최병효회원 - 작성일 | 10.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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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교협회 작성일11-05-13 12:05 조회6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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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유명환 장관님, 간부, 동료 여러분,
오늘 이처럼 성대한 퇴임식을 마련해 주신데 대하여 2009년 하반기 퇴직자 15명 모두의 뜻을 모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대부분 1970년대부터 삼사십년의 세월을 외교부에서 보내고 퇴직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내 최고의 엘리트 부처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자부심과 이에 따른 약간의 두려움으로 출근을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러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뛰어난 동료들과 같이 국가대표로서 오랫동안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였다는 명예와 자부심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떠납니다. 그러나 이제는 관중도, 스포트라이트도 없는 무대 뒤에서 조직을 떠나 각자 개인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 다시 약간의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공직의 무게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적인 삶을 즐기게 되었다는 해방감도 가지게 됩니다.

지난 세월동안 대한민국은 상상하기 어려운 큰 발전을 이룩하였지만, 외교부의 정부내 위상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대외업무를 외교부가 독점하던 시절이 지남으로써 발생한 자연스러운 면도 있고, 우리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잘못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근대국가로서의 짧은 경험으로 인해 정치권 등 국내 각계의 외교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교부를 탓하기 전에 그간 우리 외교관들 각자의 자질 향상 노력이 타 부처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 비추어서 뒤처지지 않았는지, 또 외교부의 발전을 저해해온 내부의 후진적 요소들이 모두 타파되었는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과 같은 중진국은 외교력이 국가 존망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19세기 말 이후 국권 상실과 식민통치, 강대국들간 세력다툼의 희생양이 되는 등 어려운 한 세기를 겪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각계의 외교, 외교부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외교부와 직업외교관은 조직으로서나 개인으로서나 국가 이익 이외에는 별도로 추구할 다른 이익이 없습니다. 이는 국내외에서 다른 공직자 등과 같이 일하면서 우리가 다르다고 느끼고 자부해 온 점입니다. 따라서 외교는 외교부와 외교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지적은 우리가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그의 해석과 적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외교 일선의 야전 사령관인 공관장직도 국가적 필요에 따라 외부 인사에게 개발될 수 있을 것이나 정치적 편의성이 국가의 이익과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되도록 엄격한 검증 절차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또한 국내 각계에 외교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노력도 외교부와 외교협회 차원에서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새로 외교부 생활을 시작하신 분들, 아직 남아 계신 동료들께서는 현재 외교부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우리가 외교부 생활을 시작할 때에 비해서는 너무나 좋은 여건 하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되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자각은 겸허한 마음으로 좀 더 자신을 연마하라는 채찍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자신의 동기생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유수한 외교관들입니다. 우리 외교는 너무나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고 이를 해결할 많은 인재들을 요구합니다.

현직에 계신 여러분들께서는 여러분을 믿고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항상 봉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세계화시대를 이끌어 나갈, 세계적인 외교관으로서의 인격과 자질을 키우시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퇴임하는 우리들은 ‘디플로마티카’라는 특별한 세상에서 세계 각국의 외교관 등과 함께 세계 평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같이 노력했다는 영광스런 기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아직도 갈 길이 먼 어려운 나라의 공직자로서 그간 자신의 실력에 비하여 과분한 대접을 받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심에서 국민과 국가에 대한 고마움과 부담감을 가지고 떠납니다.

역동적이며 전향적인 분위기 속에서 외교부가 동북아 평화와 통일 한국의 비전을 주도할 것을 기대합니다. 이를 위하여 현직과 전직 동료들이 모두 합심, 노력할 것을 바라고 다짐하며, 이러한 뜻 깊은 퇴임식을 준비하느라 수고해 주신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0. 2. 3
최병효 (주 노르웨이대사, LA총영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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