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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마영삼 / 쇠락하는 미 공공외교, 회생 가능성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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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66회 작성일2025-04-04 16: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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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미 공공외교, 회생 가능성은 있나

2025-04-04 13:00:02 게재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요법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가 행정명령을 통해 국제개발처(USAID)와 글로벌미디어국(USAGM) 활동을 잠정중단 시키자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할 위기에 처했다. 당장 경제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공공외교의 예산과 인력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공외교의 효시 국가인 미국의 소프트파워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1960년대에 미국은 공공외교 이론 정립과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한치 양보도 없는 이념 및 체제경쟁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공공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해외공보처(USIA)를 설립해 세계 각지에 미국 문화와 자유 민주주의 이념을 확산시켜 왔고 또한 국제개발처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수혜국이었다. ‘악수 그림’이 새겨진 밀가루 포대는 가족들의 허기를 달랬고 AID차관아파트는 부족한 주택난 해소에 일조했다. 이러한 공공외교는 미국이 ‘민주주의 옹호자’ ‘후덕한 큰 형님’이라는 이미지를 창출했다.


1942년에 첫 전파를 날린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방송은 제2차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대항하던 자유민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했고 또한 냉전기간을 거치면서는 공산권이 몰락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재즈 작곡가 코노버가 진행했던 ‘뮤직USA’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이 방송을 즐겨 들었던 소련인은 “매일 밤 우리는 방문과 창문을 닫고 코노버의 프로그램에 주파수를 맞추어 두 시간 동안 자유를 맛보았다”고 고백했다. 동구권 와해가 급속도로 진행된 것은 바로 서방측 방송으로 인해 이미 그들의 마음이 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외교는 총칼보다도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총칼보다 강한 힘, 공공외교의 역사적 성과


그런데 공산권이 무너지자 미국은 체제경쟁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공공외교의 유용성도 무디어졌다. 그 결과 해외공보처 기능을 대폭 축소해 국무부에 편입시켰다. 동경의 나라 미국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으며 점차 세계 곳곳에서 반미기운이 조용히 잉태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 9.11 사태를 당하자 미국은 “어쩌다 우리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결국은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중동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공공외교 계획인 ‘대중동 이니셔티브(GMEI)’를 가동했다. 이후 미국은 정교한 공공외교를 통해 미국의 선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애써 왔다.


그런데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국제개발처의 원조사업이 대폭 줄어들자 각지에서 전염병과 기근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해외공영방송이 폐쇄 위기에 놓이자 공산권 및 독재국가 내 비밀 시청자들의 처지가 딱해졌다. 심지어 독재자들은 환영하고 인권운동가들은 개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공공외교가 주춤해지자 그 공백을 메우려는 국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폐쇄 위기의 ‘자유유럽방송’을 살리기 위해 냉전시기에 이 방송의 진가를 체험했던 국가들이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년에 들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글로벌사우스로의 진출을 도모하던 중국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유엔에서 선언한 ‘글로벌개발 이니셔티브(GDI)’를 통해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원조를 해왔고 또한 세계 각지에 약 560개의 공자학원을 설립함으로써 탄탄한 공공외교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제 미국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서 공공외교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지진 수습현장에서도 벌써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빈자리, 중국 공공외교 확장 호기 삼아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의 공공외교는 재기될 수 없는 것일까? 9.11 테러로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미국으로서는 국제원조 프로그램의 복원과 해외공영방송의 부활을 통해 공공외교의 회생을 다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기다. 공공외교는 보약과 같아서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장기간 복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국가 이미지 추락은 빛의 속도로 진행된다.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 여군이 이라크 재소자를 목줄로 끄는 학대 장면이 노출되자 미국의 국격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국가 이미지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공공외교가 회생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민주주의 의식과 도덕적 가치를 고려할 때 공공외교가 제 궤도에 다시 올려질 것이며 그 시기도 그리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영삼 고려대 아연 연구위원, 전 공공외교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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