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서형원 / 트럼프 폭풍’ 앞에 선 일본의 맞춤형 총력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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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61회 작성일2025-03-31 15:51:23본문
트럼프 폭풍’ 앞에 선 일본의 맞춤형 총력외교
2025-03-28 13:00:01 게재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시책을 우려하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 지연·회피 강경대응 환심사기 등 몇가지 대응양태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의 이시바 수상은 2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환심을 사고 미일동맹의 신뢰기반을 확인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특유의 총력외교가 보인다.
미일동맹은 일본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사활이 걸린 핵심이익이다.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일동맹 유지·강화를 위해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많은 공을 들인다. 하물며 동맹 때리기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조바심과 대응노력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트럼프 2기에 대한 일본의 대비는 미국 대선기간 중 시작됐다. 아소 전 수상은 작년 4월 뉴욕에서 트럼프 후보와 만나 일본의 방위예산 배증계획을 설명했고 트럼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1기 때 친분이 깊었던 고 아베 전 수상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당선인 부부를 마라라고 사저로 찾아갔다. 현 이시바 수상을 아베의 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트럼프에게 아베 부인은 (이시바도) 같은 일본의 수상인 만큼 똑같이 소중히 대해달라고 했고, 트럼프는 이시바 수상과 조기에 만날 뜻을 비쳤다.
이시바 수상은 방미에 앞서 아소 기시다 등 전 수상들을 찾아가 수상 경력자만이 말할 수 있는 중요한 조언을 얻었다. 이처럼 국내정치에서 정적관계 여부를 떠나 외교에서만큼은 초정파적인 총력외교를 벌인 것이 트럼프와의 첫 회담 성공을 위한 포석이 된 것이다.
인맥 총동원, 철저한 준비로 트럼프와 회담
이런 포석에 더해 일본은 트럼프 맞춤형 대응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7년 트럼프 1기 집권 때 정상간 밀월관계를 쌓은 아베 수상의 선례가 있다. 당시 이시바 의원은 ‘골프까지 하면서 트럼프 환심을 살 필요가 있느냐’며 비판적이었다. 수상이 된 이시바는 아베의 대응전략을 답습해 외무성 간부들과 토의를 거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나 행동원리 파악, 정책 사안별 방대한 예상문답 암기 등 열심히 대비했다.
핵심적 준비 포인트 첫째, 성격분석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트럼프의 발언을 부정하거나 반박하지 않으며 트럼프의 흥미·관심에 맞춰 다가가는 자세로 임한다는 것이다. 둘째, 실무자간 사전 조정도 무시하고 예측 불가의 발언을 하는 트럼프 성향에 맞추어 경제 외교 방위 등 다양한 안건에 관한 예상문답을 만들어 암기하는 것이다.
셋째, 트럼프 폭풍의 대상인 관세나 방위비 관련 과도한 요구를 피하기 위해 일본기업의 대미투자와 현지고용 증가, 대미 무역수지 추이,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중국의 군사력증강 동향을 지도나 도표로 작성해 일본이 미국 경제와 안보에 공헌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호소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 아베-트럼프 간 통역으로 트럼프에게 친숙한 외무성 간부를 통역으로 기용해 부드러운 의사소통이 되도록 배려하고,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성향에 맞추어 황금 일본투구를 선물로 준비하기도 했다.
이렇게 준비한 이시바 수상이 처음으로 트럼프와 대면한 정상회담은 일본 내 우려와 달리 꽤 성공적이었다. 이시바와 트럼프가 서로를 추켜세우면서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용에서도 중국과 영토분쟁지역인 센카쿠섬을 포함한 미국의 일본방위, 인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 한미일 3국 협력과 소다자 안보협력 지속 등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확인 받았다. 일본 자동차기업들의 대규모 대미투자, 미국산 가스의 대거 구매방침까지 밝힌 덕분인지 일본이 조바심 내는 관세나 방위비 증액에 대한 직접적 요구나 언급도 없었다.
경제·안보 기여로 관세폭탄 피하기
일본은 미국의 새 대통령과 만나 동맹의 신뢰성을 확인받는 통과의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다고 계속되는 트럼프 폭풍 앞에서 미일관계가 계속 순조로울 수 없다. 트럼프 관세폭탄에서 예외를 인정받기가 어려워 보이고, 트럼프는 최근에도 “미국은 일본을 방위해야하지만 일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국을 방위할 필요가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일본정부는 트럼프 의도를 간파하면서 우선 미국군함 수리 등 방산협력을 통해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기여하는 방안을 어필하고 현안 문제를 협상하려는 길을 갈 것이다.
조만간 정상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부딪혀야 될 우리로서는 우리와 상황이 유사한 일본의 대응동향도 주시하며 대응 패키지와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형원 전 크로아티아 대사/주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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