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안영집 / 트럼프 상호관세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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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43회 작성일2025-04-25 16:09:21본문
트럼프 상호관세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대응
2025-04-25 13:00:01 게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는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은 관세율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49%를 필두로 베트남 46%, 태국 37%,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가 부과되었고 대미 무역적자국인 싱가포르에게도 기본 관세인 10%가 부과되었다. 비록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 대해서는 90일간 10% 기본관세를 매기면서 양자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충격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로렌스 웡 총리는 8일 의회연설을 통해 “미국이 보호주의로 회귀했고 우리가 알고 있던 예측가능한 규칙기반 질서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상호관세가 진정 상호적인 것이고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무역적자국인 싱가포르에 대한 관세는 0%가 돼야 할 것”이라며 “이는 오랜 친구에게 할 조치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웡 총리는 또한 미국의 현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개방적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유사 입장국들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형성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는 취하지 않고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연대와 민간부문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것임을 천명했다. 아울러 기업인·고용주·노조 대표를 각각 참여시킨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실업의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또한 터키와의 FTA를 고도화시키고 이미 서명된 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와의 FTA를 조속 발효시키며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중동 지역에 더 많은 대사관을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강한 불만 표출과 함께 상당히 절제된 대응책을 언급하고 있으나 향후 자유주의적 개방경제체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대한 아세안 국가 간 단층선 존재
한편 미국과 즉각적인 개별협상에 나섰던 아세안 각국은 양자협상도 중요하나 그 어느 때보다 아세안 차원의 집단적 대처와 협상력이 긴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10일 비대면 아세안 경제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개별국 차원이 아닌 하나의 블록으로 대응해 나가자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 회의 후 아세안 10개국은 미국에 보복하지 않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이는 굴복이 아니라 전통적인 위험회피 방식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적 논의 동향을 살펴보면 블록 차원의 협상이나 통합적 대응을 강조한 말레이시아 태국와 달리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양자협상을 선호하고 있음을 밝혀 회원국 내의 단층선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핵심 수출품이 걸려있거나 미국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고 양자협상으로 좀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지역적 연대보다 개별적 국익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3국 국빈방문을 통해 미국이 야기한 역내 규칙기반 질서의 혼란 상황을 중국이 해소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대아세안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문에 호응해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중국은 합리적이고 강력하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선언했고 캄보디아 역시 중국이 오랜 핵심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반면 베트남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판민친 총리의 언급을 통해 미국과의 유대관계는 독특한 것이며 여타국 관계와 비교할 수 없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는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아세안 파고들기 가속화
미국의 관세정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2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아세안 국가 내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세안 각국은 세계가 당면한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을 꼽았다. 특히 아세안을 선도하고 있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3국은 여타 회원국과 달리 미국에 대한 불신도가 신뢰도를 앞서는 응답을 나타냈다.
아세안 내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아세안 내부의 단합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종국적으로 역내 반미정서를 더욱 자극해 아세안 내 미중 간 힘의 균형추를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이 현 정책을 지속할 경우 전통적으로 역내에서 친미적 입장을 견지했던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들이다.
안영집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전 주 싱가포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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