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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위성락 / 눈앞 성과보다 큰 틀의 합의로 '정상회담의 실무회담화'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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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2-25 11:35 조회9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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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성과보다 큰 틀의 합의로 ‘정상회담의 실무회담화’ 막아야”

유신모·정희완 기자 simon@kyunghyang.com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듣는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위성락 서울대 정치학과 객원교수(64)는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박근혜 정부에서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치밀한 논리를 갖춘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의 전문가, 당국자들도 인정하고 경청하는 몇 안되는 한국 인사 중 한 명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5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위 전 대사는 특유의 신중한 태도로 현재 상황을 분석하면서 이번 회담을 전망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소한의 성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역사적 회담인 만큼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렵게 성사된 회담에서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데 그칠 경우 ‘정상회담의 실무회담화’가 고착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북·미 양측이 보다 근본적이고 스케일이 큰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미 모두 협상에서 완승을 거두려는 승리지상주의를 지양하고 타협점 모색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각각 어떤 것에 집중할까. 

“북한은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결과가 잘 잡혀진 프레임이라고 볼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신뢰구축의 이행 단계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재 완화다. 싱가포르 합의 이행은 신뢰구축으로, 신뢰구축의 구현은 제재 완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싱가포르 결과를 만회하기 위해 비핵화 진전에 더 무게를 둘 것이다. 의미 있는 비핵화 진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원하는 것도 전향적으로 제공할 수 있겠지만, 어려워지면 상응조치 부분도 축소될 것이다.”  

 

- 이번에는 미국의 접근법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도 북한의 접근법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 연설을 보고 느낀 것은, 미국도 처음에는 목표치를 높게 잡다가 실무협의가 난항을 겪자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그런데 이번에도 진행 과정은 싱가포르 때와 비슷한 점이 있다. 

“실무준비는 충분치 않은데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했다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실무접촉이 빨리 진전되지 않는 것도 같다. 이렇게 정상회담이 열리면 어려워진다. 그런데 매우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근거는 미국의 시각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탄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 

 

 

영변 핵시설 물론 모든 핵활동 중단시키는 게 중요 
미국 시각이 이전보다 현실화돼 파탄나지는 않을 것
 

 

-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요소가 들어가야 할까.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시설 폐기에 들어가기로 약속하고 동결을 바로 하면 핵활동은 중단된다. 이 정도면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준 것이니까 평가할 만하다. 이게 최소한이다. 여기에 모든 핵·미사일 활동 중단 약속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미국이 내주는 부분은 비핵화의 진전과 연동되기 때문에 많이 받으면 많이 주는 게 정당화될 수 있다. 많이 받으면 제재 완화도 줄 수 있을 것이다.”  

 

- 이번에 후속협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나오면 일단 성공인가. 

“그렇다. 하지만 ‘무난한 성공’이다. 역사적인 정상 담판에서 그런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데 그친다면 좀 아쉽다. 그 정도 합의는 과거에 실무급에서도 한 적이 있다. 9·19 공동성명과 9·19 이행을 위한 초기행동 합의인 2·13 합의, 10·3 합의, 그리고 2012년 2·29 합의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정상들이 만나면 좀 더 큰 그림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그렇게 쓰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 뭔가를 합의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또 해야 한다. 정상회담으로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실무회담화’가 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있는 동안 그럴 수 있지만, 트럼프 이후 또는 트럼프가 매번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봉착하면 이 프로세스는 끝난다. 매우 위험한 구조다. 참모들이나 기획하는 사람들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한다고 약속하고 이행에 들어간다면 북·미는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으로 들어서는 것 아닌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도 핵무기와 핵물질, 여타 시설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영변은 물론 모든 핵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에 영변 폐기로 들어간다면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일을 진전시키는 게 너무 어려우니까 합의 범위를 줄이려 한다. 그렇게 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모어 포 모어(more for more)’로 가야 한다. 북한도 더 많이 나가고 미국도 더 크게 준다면 그건 좋은 방법이다.”  

 

-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제재 완화가 빠진 상응조치로도 이게 가능할까.  

“북한이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것은 상응조치로서 가치가 크지 않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연락사무소는 상호 좋은 것이지 북한에만 득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종전선언 역시 상응조치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종전선언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비핵화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조건 없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걸 협상카드화했다. 핵신고서를 내면 종전선언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랬더니 북한이 ‘싫으면 관둬라’ 이렇게 됐다. 북한은 지금도 종전선언이 싫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전선언 해줄 테니 영변을 어떻게 해봐라 하면 안 받을 것이다.” 

 

 

제재 완화 빠진 상응조치는 북한의 우선순위 아냐 
트럼프가 군사분야 카드를 대신 제시할 수도
북 신년사에서 밝힌 ‘다자협상 추진’ 합의 가능성 있어
  

 

- 제재 완화는 미국이 꺼리고,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로는 북한을 움직이기 어렵다면 결국 트럼프가 군사 문제를 상응조치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 때 이미 보여줬다. 이번에도 협상하다가 북한은 제재 완화를 내놓으라고 하고, 제재 완화를 줄 수는 없다고 하면, 이건 어떠냐는 식으로 주한미군 축소·철수, 한·미 군사훈련 폐지, 전략자산 한반도 반입 금지 같은 군사 분야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하면서 남북경협 문제를 유엔 안보리 제재의 예외로 인정해주는 것을 협상카드로 쓰라고 사실상 공식 제안했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단순하게 보자면 트럼프에게 다양한 옵션을 늘려주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그렇게 하면서 남북 협력과 비핵화 협상을 선순환시키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미국이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단발성 제재 완화지만 결국은 제재 원칙과 무관치 않기 때문에 제재 전반을 운영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북한이 제재 완화 대신 남북경협 제재 면제를 받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을까. 

“물론 북한에 남북경협, 개성공단 재개는 이득이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했을 정도로 중요한 어젠다다. 그러나 중요한 비핵화 조치와 바꾼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다. 남북경협이 제재 완화의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  

 

-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다자협상을 언급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까.  

“가능성이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 기록으로 남긴 발언이므로 강고한 정책목표가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양 정상이 다자협상을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할 수도 있다고 본다.”  

 

- 미국이 지금 평화체제 논의 다자협상에 동의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이 문제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협상을 시작한다는 거니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비핵화와 평화협정 두 개의 논의 트랙이 상호보완적이고 선순환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작 자체는 반대하고 싶지 않지만, 비핵화를 어떻게 밀고 갈지 대원칙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옛날과 비교해보면 지금이 역사적 기회인 건 분명하다. 정상 담판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상 북한은 큰 협상 기회가 무산되면 거의 틀림없이 도발로 돌아갔다. 만약 이번에 역사적 담판 기회가 무산되면 위기가 올 수 있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모두가 유연해져야 한다. 김정은이나 트럼프나 상대를 누르고 완승을 하겠다는 ‘승리지상주의’에 빠지면 안된다. 내가 이기는 게 임이라는 생각에 빠지면 협상할 수 없다. 과거에 미국이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로 인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북한이 그런 생각으로 하노이에 온다면 협상은 어렵다. 이익교량을 찾고 타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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