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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호진 / 트럼프의 덫… 김정은 핵포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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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6-05 15:53 조회2,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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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의 덫… 김정은 핵포기만 남았다
2018-03-29 21:30:54
 
 
국제법에 국제분쟁의 평화적 또는 강제적 해결의 원칙이 있다. 국내외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 4반세기가 넘도록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필자의 해석은 다르다. 국제사회가 대화(협상)와 압박이라는 투 트랙 접근법으로 평화적 수단을 대부분 동원했고 그 효과가 나타날 마지막 단계에 왔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그동안 북한이 크게는 세 차례 비핵화(핵포기) 약속(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미·북 제네바 합의, 6자회담 9·19 합의)을 깨면서 국제사회를 기만해 왔다. 이에 맞서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최고도로 강화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하며 강제적 수단인 군사조치(자위적 선제타격)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체제 붕괴의 위기를 느끼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마지막 카드로 그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본다.

이호진 전 유엔 군축자문 위원장
필자는 1991년 최초로 우리의 독자적 비핵정책 선언과 함께 북핵 저지 전략을 수립하고, 남북한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독재 카리스마와 자신감이 넘친 김일성과는 협상으로 비핵화는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김일성 사후 이런 낙관론은 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유일사상 적통성이 약화되는 2대, 3대로 이어진 김씨 독재체제는 비핵화 약속과 기만전술을 거듭하면서 비밀리에 핵개발을 고도화해 왔다. 여기에 북한 핵개발이 갖는 속성, 운명적 패러독스가 존재한다. 체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핵개발을 고수하지만, 그것은 거꾸로 국제사회의 강화된 제재 결과 체제가 붕괴되는 길을 재촉할 뿐이라는 역설이다.

흔히 트럼프를 품격과 지성을 결여한 대통령이라 평하지만 필자는 일찍부터 상당한 전략가로 보아왔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였다. 그 특유의 트위팅을 통해 김정은을 욕하기도 하고 대화할 친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으며, 중국에게 대북압박과 통상문제 교환 가능성을 풍기는가 하면 대북 군사공격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예측불허의 전략을 구사하는 트럼프의 트랩에 김정은이 말려든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통상적인 외교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은 중대 현안일수록 사전 실무협의를 통해 개략적 합의 또는 상당한 합의 가능성이 도출될 때 가능해진다. 이번엔 거꾸로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먼저 나오고 걸려 있는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에서 그 준비기간에 최종합의 구도가 그려지지 않으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 번 샀던 말(horse)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미국이 세 번 살 리 만무하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사전에 분명히 하고 회담에 나오라는 얘기다. 김정은의 선택 여지는 매우 좁다. 트럼프와 회담을 하려면 비핵화를 먼저 약속해야 한다. 헌법 전문에 명기한 ‘핵보유국’을 수정하는 일은 독재자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은 물건너갈 것이고, 원점으로 돌아가 북한은 ‘북핵의 역설’이 현실화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얼마가 될지 모르나 반대급부를 받아 체제를 겨우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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