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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태규 / 세계초대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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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5-30 17:28 조회1,1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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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외교부 장관 부총리급 격상… 비중 있는 정치인 임명 바람직”

첫 직선 한태규 신임 한국외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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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장관이 항상 외교관 출신 커리어(career)가 되다 보니 국내 정치적 위상이 낮잖아요. 외교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서 비중 있는 정치인에게 맡기면 좋겠습니다.”

한태규 신임 한국외교협회장에게 차기 대통령에게 외교부 조직이나 시스템을 보완·개선하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내놨다. 커리어란 외무고시(고등고시 포함) 출신의 전문 외교관을 뜻한다. 외무고시(4회) 수석 합격자로서 37년간(1971∼2008년)의 현역 생활 동안 대사만 세 차례 지낸 그의 입에서 비(非)커리어 출신 외교부 장관을 기대한다는 말은 의외였다. 

한 회장은 “커리어 출신 외교부 장관은 관료 습성 탓에 위(대통령)의 지시에 (반대하는) 직언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외교부 장관이 항상 커리어가 되다 보니 외교부의 국내 정치적 위상이 낮다”는 이유를 들었다. 예스맨(Yes Man)이 아니라 국정을 위해서라면 외풍(外風)을 막고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직언하는 장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987년 이후 외교부 장관(외무부 및 외교통상부 장관 포함) 16명 중 비커리어는 교수 출신인 한승주, 한승수, 윤영관 전 장관과 정치인 출신인 박정수 전 장관 4명이다.

그에게 ‘후배들이 섭섭해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외교관 출신만 장관을 할 수 있다는)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외교부 장관을 하기 위해서는 관료 습성을 버리고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 임명 과정에서 드러난 최순실씨의 외교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인사가 났을 때부터 ‘도대체 이게 뭐냐’고 우리(전·현직 외교관)도 깜짝 놀랐었다”며 “공익(公益)을 추구하는 자리에 수십년간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일했던 인물을 임명한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1971년 설립된 한국외교협회 46년 역사상 첫 직선 회장이다. 지난해 11월 26일 3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368명 투표 중 136표를 획득해 각각 124표, 108표를 얻은 상대 후보를 물리쳤다. 외교관 출신이 국내에서 표 대결을 벌인 것은 생경한 풍경이었다.

그는 회원 2100여명을 대표하게 된 소감에 대해 “선거 결과가 과거 평판에 좌우됐기 때문에 ‘선후배·동료 외교관들의 인정을 받았구나, 외교부 근무를 헛되게 하지는 않았구나, 내가 인심을 크게 잃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한 회장은 주태국 대사 재임 시에는 현재 국내 입국 탈북민 90%의 경유지인 태국과 안정적인 탈북민 국내 입국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한 회장과의 인터뷰는 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1971년 설립된 한국외교협회 46년 역사상 첫 직선 회장인 한태규 회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 호텔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차기 대통령이 외교부 조직이나 시스템을 보완,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외교부 장관이 항상 커리어가 되다 보니 외교안보적 중요성에 비해 외교부의 국내 정치적 위상이 굉장히 낮다. 과거 외교안보의 중추적 역할은 정보기관이, 대외경제의 중심은 경제부처가 하던 배경 탓에 외교부의 발언권이 약하다. 최근(박근혜정부 들어와서)에는 외교부에서 통상 부문이 빠져나가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4강(미·중·러·일) 외교를 제외하면 경제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통상 부문이 빠져나가면서 국가적 소모가 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외교안보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 경제문제 아닌가.”

―비커리어 출신 장관이라면 어떤 사람을 말하나.

“비중 있는 정치인 출신이 외교부 장관이 됐으면 한다. 외국의 의원내각제에서는 총리를 하려면 외교부 장관을 거쳐야 한다. 국가 리더십에서 외교안보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외교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서 비중 있는 정치인이 하면 좋을 것 같다. 외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외무공무원 출신들이 하다 보니 국내 정치적 위상이 낮아졌고, 그러다 보니 외교부의 기능·인력·예산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고 본다.”

―최근 외교부 인사 잡음을 어떻게 봤나.

“어느 나라든지 특임공관장과 같은 폴리티컬 어포인트먼트(political appointment·정치적 임명)가 있다. 그런데 주베트남 대사, 주미얀마 대사,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인사가 났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전문성도 없고 그런 관례도 없어서였다. 기업하고 정부 조직은 다르다.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나 정부는 공익을 추구한다. 생각 자체가 다르다. 수십년간 기업에서 일한 사람에게 공익을 위해 일하라면 그게 되겠는가. 코이카도 마찬가지다. (현 코이카 이사장의 출신인)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돈을 버는) 무역을 하는 곳이어서 (코이카의) 공적개발원조(ODA)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

―외교부가 잘못된 인사를 견제할 방법은 없나.

“방법은 다 있다. 그게 바로 인사검증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폴리티컬 어포인트먼트를 하더라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아래의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자치부를 다 거치게 돼 있는데 이번엔 제대로 검증이 안 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윤병세 장관이 (잘못된 인사를) 막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커리어 출신 장관이 위(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반대하는) 직언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비중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필요하다. 비중 있는 정치인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발언권이 있으니 막을 수 있다. 커리어 출신 장관이 그러려면 직(職·자리)을 걸어야 한다.”

―비커리어를 장관시키라고 하면 장관을 향해 달려가는 후배들이 섭섭해하겠다. 정치인 출신 장관을 후배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은데.

“외교관들이 ‘내가 장관 한번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가질 수 있는데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장관은 국정을 논하는 정치인이자 국무위원으로서 국가 전체를 봐야 한다. 그런데 외교관 출신 장관은 관료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국무회의에서 국정을 논할 때 ‘나는 외교밖에 모른다’고 하면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국무위원이 되려면 관료 습성부터 버려야 한다. (외교부 후배들이) 장관을 하려는 것은 좋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관료의 탈을 벗고, 정치인으로 입문한 뒤 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외교관 출신의 강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외교관 생활을 30, 40년 하다 보면 타협하는 기술이 굉장히 늘어난다. 반면 과감한 베팅이랄까, 모험이랄까, 이런 것을 못하는 습성이 생기는 것 같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스타일로는 정치에서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외교관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정치적으로 변신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성공 사례로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 정도 있을까.”

―차기 대통령이 4강 외교 외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어딘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다. 미·중 간 대결 구도로 아세안의 전략적 지위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아세안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장도 크고 자원도 많으니 아세안과의 관계를 잘 다져나가야 한다.”

대담=김청중 외교안보부장, 정리=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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