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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태익 / 사라진 헤이그 밀사의 후손 러시아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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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4-12-08 10:54 조회3,5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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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익 전 청와대외교수석의 외교비사


사라진 헤이그 밀사 후손 러시아서 찾았다!

  

[프리미엄조선] 입력 : 2014.08.25 14:11 | 수정 : 2014.08.25 15:57

근현대사 아로새긴 이범진-이위종 부자 애사(哀史) 발굴기
 
모스크바대 사학과 재학 외고손녀가 이위종 연구 의지 밝혀

“박 교수가 마침내 옛 공사관의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행사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대사관 직원이 황급한 목소리로 필자에게 알려왔다.
“어떻게 찾았다고 합니까?”
“제정러시아 당시의 전화번호부를 통해서 알아냈다고 합니다.”

옛 공사관은 러시아 황궁 근처에 있었는데, 위치가 좋아서인지 지금은 호텔로 변해 있었다. 러시아 혁명의 주역 레닌을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이 거주했던 기록도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장애로 작용했다. 이런 유서 깊은 건물에 특정한 한국인 한 명을 위해서 기념현판을 달기가 곤란하다는 것이 시청 관계자의 입장이었다. 할 수 없이 대사인 내가 직접 나서 전술한 바와 같이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는 야코불레프 시장과 담판하여 기념현판 부착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범진 공사의 묘지터는 공동묘지 매장기록부를 통해서 찾아냈다. 매장기록부에서 Prince Bum Lee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역사적 변란을 수없이 겪으며 여러 사람이 겹치기로 매장되는 바람에 이범진 공사의 매장 장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공동묘지에 남아있는 일부 장소를 매입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사관 담당 직원의 보고를 받고 필자는 이렇게 지시했다.
“국가보훈처에 의뢰하여 기념비를 제작하게 하세요. 그리고 그 장소에 추모비를 세우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이위종 서기관이 남작의 딸과 결혼하여 딸 셋을 두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후손들을 추적한 끝에 마침내 증손녀 루드밀라 가족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필자는 그녀를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가족 명단에 올리도록 지시했다.

“우리 조상 중에 이렇게 훌륭한 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감격했습니다. 앞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고귀한 혈통을 알게되도록 수고해주신 한국대사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루드밀라 여사가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이후 그녀는 필자를 만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한편 이범진 공사 추모비 제막식에서 이범진 공사의 큰아들인 이기종의 증손자와 둘째 아들 이위종의 외증손녀가 역사적 만남을 가졌다. 한국과 러시아에서 떨어져 살아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혈육이라는 인연으로 제막 행사에 참가하여 이범진 공사를 눈물로 추모하였다.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묘지의 흙이라도 기념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유족들이 이렇게 말하고 흙을 모으는 장면은 행사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가 만든 비운에 대해 비분강개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모습은 과거 조국의 비극과 미래 조국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었다.

“이위종에 대한 연구를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모스크바대학 사학과에 재학 중인 이위종 외고손녀의 딸이 이런 각오를 밝혀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에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명제를 다시금 확인케 하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태익 대사(오른쪽)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태익 대사(오른쪽)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기억을 통해 역사는 ‘순간’을 넘어 ‘영원’으로 남는다

민족의 주권은 자주적 외교권과 통치권으로 상징된다. 1905년 11월 을사조약은 이것을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민족의식과 자주독립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분노하고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의열투쟁은 자신의 한 목숨을 던져 민족의 의사를 밝히고, 정의와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사회와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소명을 행하는 행동이었다. 대한제국의 소멸은 민영환 주러 초대 공사, 이범진 주러 초대 상주공사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때 인류와 사회의 비극이 초래되었다. 그것은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의는 자기 민족만이 아니라 전 인류가 공감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이범진 선생은 러시아 주재 한국공사로 일제의 침략과 외교권 강탈에 강력히 항의하는 뜻으로 자진하였다. 이는 국익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직무에 임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이범진 공사와 이위종 선생이 보여준 살신성인 정신이야말로 가깝게는 일제침략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고, 멀리는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려는 의지의 발현인 것이다. 애국지사의 구국을 위한 죽음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기억을 통해 역사는 ‘순간’을 넘어 ‘영원’으로 남는다. 오직 민족을 위한 삶을 살아가신 구한말 외교관들의 생애와 사상을 되새겨 민족통일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머나먼 이역 땅에서 조국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생을 마감하신 애국 외교관 선열의 유지를 올바로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속담에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로부터 처벌받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역사의 극복은 오직 역사를 통하여, 즉 새 역사를 창조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묻혀져 있던 역사적 사실을 발굴해 나가고 기념물을 설치하는 것은 새 역사를 창출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출처: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21/20140821044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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