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태익 / 장쩌민, 來而不往 非禮也(손님 왔는데 안가면 예의 아니다) 며 김정일에 서울 답방 권유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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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4-04-10 17:18 조회3,9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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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시 : 2014.04.09 08:05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하이. 장쩌민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 소개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10월 19일 오후에 상하이 APEC 정상회의 주재국 중국의 장쩌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국은 2002년 수교 10주년 행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두 정상은 ‘전면적 협력관계의 공고화와 양자 협력 방안’을 주제로 회담하였다. 양국 정상은 악수를 나눈 다음 필자를 비롯한 배석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김 대통령이 먼저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장쩌민 주석이 화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장쩌민 주석이 자신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나눴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장쩌민, ‘내이불왕 비례야(來而不往, 非禮也)’라는 예기 문구 인용하면서 김정일에 한국 답방 압력 정상회담에서 이런 수준의 일화를, 그것도 다른 정상과 비공개로 나눈 대화 내용을 털어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날 정상회담에 배석한 필자도 ‘내이불왕 비례야(來而不往, 非禮也)’ 이야기는 사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장쩌민 주석이 인용한 문구가 ‘논어’에 나오는 말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와 정확한 출처를 찾아보니 ‘예기’였다.
그런데 정상회담이 끝나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 말은 끝내 양국 기자들의 안테나에 포착되지 못했다. 따라서 장쩌민 주석의 ‘예기’를 인용한 김정일 위원장 서울 답방 권유 발언은 이 글이 언론 최초 공개의 자리가 된다. 유창한 영어와 피아노 연주 실력을 과시한 장쩌민 김정일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필자는 장쩌민 주석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깊은 신뢰와 호의를 가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정반대의 인식태도는 장쩌민 주석 자신이 동양의 예의를 가르치듯 대했다고 소개하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읽혀졌다. 한편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에 대외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 당시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되었다. 나아가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바라고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장쩌민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답방을 강하게 권유한 사실에 대하여 특별히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를 표했다. 1993년 취임한 장쩌민 주석은 미국 및 유럽과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국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잘 읽어내고 대응하는 탁월한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장 주석은 제9차 상하이 APEC 정상회의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과 피아노 연주 능력을 과시하는 등 개인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함을 물론 개별 정상회담시 해박한 중국고전에 대한 지식을 유감없이 나타내는 인용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써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세련된 면모를 십분 과시하였다. 푸틴, “김정일은 북한 변화의 필요성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에 실망” 김대중 대통령은 같은 날 10월 19일 오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두 달 전인 8월에 성사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관한 평가를 청취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정상회담에 배석한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이) 실망스럽다”고 김 대통령에게 토로하였다. 이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과 관련하여 김 위원장에게 훈수해주었던 내용도 소개했다. “저는 일본과 서방 자본을 유치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국제 프로젝트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김 위원장에게 강조해서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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