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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열전> 박인국 / 긴박했던 '천안함·연평도' 유엔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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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3-08-16 23:43 조회2,6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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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천안함·연평도\' 유엔외교전 



▲박인국 전 유엔대사,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 치열했던 유엔 외교전을 이끌었던 박인국 전 유엔대사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3.25 통일외교 기사 참조 photo@yna.co.kr

박인국 전 유엔대사…"합조단 안보리 브리핑, 과학의 힘 증명"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2010년 대한민국 역사와 남북관계사를 쓸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유엔 외교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던 당시 현장의 한복판에는 유엔주재 한국대표부가 있었다.

◇ 천안함 폭침, \'과학의 힘 입증\'

당시 유엔대표부를 이끌고 있던 박인국 대사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직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유엔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합조단 조사가 오랫동안 진행됐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긴장의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 20일 천안함이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 폭약 250㎏ 규모의 중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침몰했다는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유엔대표부는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대사는 6월 4일 안보리 의장이던 클로드 헬러 주유엔 멕시코 대사를 찾아 안보리에 이 문제를 공식 회부했다.

유엔대표부는 상임이사국(P-5)과 당시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에 한국을 포함한 \'5+2\' 채널, 중국·러시아를 제외한 미국·영국·프랑스에 한·일을 포함한 \'3+2\' 채널, 한·미·일 3자 채널, 한·미, 한·중 양자채널 등 활용가능한 모든 채널을 \'풀가동\'했다.

개별 회원국 정부의 조사결과를 유엔 안보리 전체가 인정하는 효력을 발생시켜야 했던 당시 미션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를 충분히 인정하고 지지하지만 한 회원국의 국내 조사결과를 유엔 안보리 공식 조사결과로 확인·비준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실제로 북한은 자신들도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안보리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등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나왔다.

대응 방법이 필요했다. 박 대사가 헬러 멕시코 대사와 만나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식차를 좁힐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합조단이 안보리에서 브리핑을 하고 질의응답을 하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논리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절차적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구상은 본부와 논의를 거쳐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이런 아이디어에 따라 합조단은 6월 14일 안보리에서 각국을 상대로 브리핑을 실시했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합동조사에 참가한 5개국의 해외 전문가들에게 많은 역할이 부여됐다.

합조단의 23분에 걸친 브리핑이 끝난 뒤 질문들이 이어졌다.

5개국의 해외 전문가들이 조사 경위와 결론에 대해 진지하고 진솔하게 설명한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데 주효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이사국들은 대부분 우리 주장에 "설득력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박 대사는 전했다.

북한은 곧바로 반박 설명회를 열어 자신들은 \'피해자\'(victim)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미 추는 기울어져 있었다.

브리핑을 들은 각국 대사들 대부분이 엄지손가락을 세우거나 귀엣말로 \'당신이 이겼소\'(You win)라고 말해줬다고 박 대사는 당시를 회고했다.

박 전 대사는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의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음을 직감하고 비로소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었다.

분위기가 넘어오긴 했지만 북한을 적시하면서 규탄하는 내용을 담아내느냐가 중요했다.

당시는 안보리 내에서의 타이밍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천안함 논의 직전 터키 국적의 구호선이 이스라엘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은 사건에 관한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중국을 비롯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의장성명에 이스라엘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이 끝까지 반대함으로써 이스라엘은 명시되지 않았다.

며칠 사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뒤바뀐 채 천안함 폭침 논의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박 대사는 수전 라이스 미국 대사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오찬·만찬을 2번 이상씩 하는 날도 많았고 하루 저녁에 리셉션도 여러군데 참석하며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연쇄 접촉했다. 특히 리바오둥(李保東) 중국대사와는 주말에 운동을 함께하면서 장시간 대화하는 기회를 통해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

천안함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정식 회부된 6월 4일부터 의장성명이 채택된 7월 9일까지 우리 유엔대표부는 35일간 백방으로 뛰었다.

9분 만에 채택된 의장성명에는 천안함이 공격(attack) 받았다는 점을 적시하면서 이 같은 행위를 규탄(condemn)하고 한국에 대한 추가 공격이나 적대행위 등 재발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안보리에서 채택된 의장성명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계없다\'는 북한의 주장도 언급됐다는 이유 등으로 의장성명 내용이 다소 약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전 대사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채택됐다면 가장 좋겠지만 192개 회원국을 가진 유엔이란 국제기구의 의견을 끌어낸 것은 현지 외교의 성과"라면서 "대사로서 이런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의 밑바탕에는 당시 김봉현 차석대사, 김문환 공사참사관, 윤종권 서기관 등 유엔대표부 직원들이 물샐틈없는 치밀한 네트워킹을 풀가동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 연평도 포격도발…남북 대사, 유엔 무대서 치열한 공방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의장성명이 채택된지 4개월여가 지난 11월 말, 유례없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남북간 전면전 발발 가능성까지 우려될 만큼 당시의 한반도의 정세는 심각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유엔 무대에서는 오히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가 사격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2010년 12월 18일 오전 9시께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오늘 중으로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며 한반도의 무력충돌이 우려되므로 한국이 사격훈련을 자제하도록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사는 추르킨 대사에게 "한반도 무력충돌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고 걱정하는 것은 고맙지만 이는 방어적 군사훈련이며 원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기인한 것이다. 그에 대한 규탄 없이 한국 정부에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박 대사는 라이스 미국 대사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일본 등과 개별 협의를 하면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북한의 도발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적법하게 대응 중이란 점과 원인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한국에 대한 자제 촉구가 담긴 결의가 채택된다면 정당한 방어훈련을 하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긴장 원인을 제공하는 듯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살 수 있어 이는 결코 용납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19일 회의가 소집되기 이전 북한을 규탄하는 공식입장을 낸 안보리 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5개국 정도였고 대다수는 미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소수이지만 일부 국가는 양비론을 펼치기도 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6시간 30분간의 비공식 회의에서 이사국 대부분이 북한을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회의에서는 남북한 대사들간의 치열한 공방전도 펼쳐졌다.

박 대사는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우리의 훈련은 방어적이며 정례적인 훈련으로 적법하고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평도 포격이 남북한 화해·불가침 합의서와 유엔 헌장, 정전협정을 모두 위반한 도발행위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맞서 신선호 북한 대사는 "서해북방한계선(NLL)은 미군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합의된 바 없다"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대사는 재답변권을 얻어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를 근거로 제시하며 "북한이 합의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재답변권을 행사해 자신들의 논리를 펼쳤지만 남북간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러시아가 소집한 회의는 별다른 합의점 없이 마무리됐지만 오히려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당시 러시아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박 전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외교의 현장에서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속시원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상당히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의 여지를 확대시켜가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무대와 전 세계에서의 중국의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한반도의 안전을 위한 협조자이자 파트너로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인국 전 유엔 대사

1978년 외무고시 12회로 입부, 유엔과 제네바 대표부 등에서 주요보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다자 외교통으로 꼽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재선 성공에 1등 공신으로도 평가된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의 현지교섭 대표단장으로서 탈레반 측과의 민감한 교섭을 잘 관리, 피랍자 19명의 석방을 이끌어 내는데 공을 세웠다. 현재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으로 재임중이다.

▲ 부산(63) ▲ 경남고 ▲ 서울대 중문과 ▲ 유엔2과장 ▲ 대통령 국제안보비서관 ▲ 쿠웨이트 대사 ▲ 제네바대표부 군축·인권담당 차석대사 ▲ 외교정책실장 ▲ 다자외교실장 ▲ 아프가니스탄 인질구출을 위한 정부 현지교섭 대표단장 ▲ 유엔 대사 ▲ 유엔총회 제2위원회 의장 ▲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js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03/25 07:01 송고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special/2013/03/24/1438010000AKR20130324055100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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