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시론-대선 후보들 외교전략 밝혀라 / 이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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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2-09-26 11:08 조회2,0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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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춘선] 대선 후보들 외교전략 밝혀라
2012.09.24 18:28
구한말 임오군란(1882년) 이후 청나라 군대와 함께 조선에 파견된 젊은 원세개의 방자한 행태를 생각하면 그를 직접 보지 못한 오늘날 우리들도 분통이 터진다. 당시 그를 직접 목격한 우리 선조들은 어떠했을까. 은화 동전에 대조선이란 국호가 새겨졌는데 작은 조선이 대(大)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트집 잡아 조선 조정에 압력을 가하는 등 청나라 대표인 그의 내정간섭이 극에 달했다.
1858년 미국과 불평등한 수호통상조약을 맺어 개국한 일본이 1876년 병자수호조약을 조선에 강요해 체결했다. 이같이 조선과 일본이 각각 개국한 연대는 불과 18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나는 제국주의 종주국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국력이 쇠퇴해 식민지로 전락했는가.
일본은 개방 이후 미국과 불평등한 조약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도자들이 일체가 되어 국력 신장에 매진했다. 젊은이들을 유럽 등에 파견해 유능한 인재로 양성한 것이다. 이에 반해 조선은 지도자들이 권력 암투로 갈라져 국민은 안중에 없었고, 왕실에서는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에 권력투쟁이 격화되어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국가 이념인 유교가 무색할 정도로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또 개화된 일부 인사들의 혁신적인 노력마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내 여러 단체에서 많은 중국 학자들을 초청해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 학자들의 태도나 발언 내용을 볼 때 희망적인 기대와 더불어 우려감을 갖게 한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중국, 일본과 해양경계선을 획정해야 된다. 따라서 이번 영토분쟁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급격히 부상한 국가는 대부분 도전적이고 현상 타파적인 정책을 추구한다. 한국과 일본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미국을 연계하여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독도 문제와 과거사 왜곡 문제로 소원한 관계가 되었다. 동북아 지역에서 냉전 현상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심각하다. 한반도 주변의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해 장래 외교 전략은 무엇인가. 많은 학자들이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고 아울러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본 표현으로 간단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복잡하다. 이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인 동시에 많은 고통과 인내가 요구되는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항상 좋은 관계만 유지해 준다면 잘 통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소위 G2 국가로서 이들이 우리 희망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결국 우리 스스로 국민통합을 이루어 국력을 극대화하고 국민들이 지도자를 신뢰하고 유연한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만만한 언동을 하는 중국 학자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치인들이 아니라 오는 12월 대선에 나온 후보들이다. 나라 밖의 환경은 이미 새로운 외교전략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외교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하여 여야 후보들 모두가 초당적인 자세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서 득표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관심이 없거나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인가.
다음 대통령은 재임 중에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들의 역량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구한말 지도자들이 한순간에 저지른 외교적 실책이 100년을 넘어 오늘날까지도 우리 민족에게 많은 고통과 질곡을 안겨주고 있지 않은가.
이춘선 한국외교협회 정책위원·전 스페인 대사
(출처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470379&code=1117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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