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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공정성 결여한 앰네스티/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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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8:38 조회1,3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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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촛불시위와 관련, 국제앰네스티는 노마 강 무이코 동아시아 담당관을 파견하여 2주간의 조사를 마치고, 7월1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촛불집회·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으나, 조사 결과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 등 인권 침해가 있었으므로 정부에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국제앰네스티의 활동은 대다수 국민의 수긍보다는 의문과 의혹을 낳고 있다. 우선 특별조사관의 파견부터가 석연치 않다. 과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군사독재의 쓰라린 역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 우리 사회에 정착돼 가는 평화적 시위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제앰네스티가 특별조사관을 파견한 것 자체에 우리는 모욕을 느낄 뿐만 아니라 국제앰네스티의 정신으로 봐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또한 그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경찰에 대항해 폭언과 폭력을 사용한 일부 시위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폭력행위를 규탄하면서도 경찰관에 대한 폭력행위를 조사하는 것은 경찰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번 시위 전체의 맥락을 짚지 못한 편향된 입장이라는 비판이 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촛불시위는 유기적으로 발전해간 양상을 보이므로 시위대의 일방적 주장을 잣대로 단편적으로 어느 한 면만을 보고 판단을 한다면 그만큼 오판의 위험성은 커지게 된다. 건강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인터넷 여론을 통해 확산되며 초기 중·고생을 중심으로 촛불집회가 시작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진보단체·노동계·학생운동권 등 여러 단체가 참가하여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공공시설물을 파괴하며 심지어 언론사를 폭력으로 공격하는 등 정치투쟁적 성격의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된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촛불로 위장된 시위대의 폭력성·불법성을 도외시한 채 특별조사관이 시위대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사건의 일각만을 잘라내어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신뢰성을 스스로 손상하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별조사관의 발표에 대해 일부 사례가 사실과 다르고, 국문 자료의 의도적인 오역이 있다는 경찰의 반박도 그 이면에는 국제앰네스티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국제앰네스티의 신뢰 저하는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2개월이 넘는 기간에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다양한 이념과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참가해 이끌어온 촛불시위를 단 2주의 단편적 조사만으로 판단하고, 성급하게 사실관계를 확정하려 한 것은 애당초 무리한 시도였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전·의경 부상자들을 면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은 도외시한 채 전·의경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다소 엉뚱한 지적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국제앰네스티가 국가공권력을 행사하는 우리 경찰관의 임무 수행에까지 왜 관여하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 세계적 명성의 비정부기구(NGO)라면 정정당당하게 전·의경 면담을 통해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도 함께 주장하든지 아니면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발표를 미루었어야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의 인권 향상에 기여해왔다. 이러한 평가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유지한 결과이다. 무이코 조사관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이번 촛불시위는 매우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어 다른 어떤 사례보다도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아시아에서 인권 향상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 한국인만큼 국제앰네스티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번 촛불시위의 실상을 파악하고 평가하여 폭력시위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용규 울산대 초빙교수, 전 네덜란드 대사

문화일보/2008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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