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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에 가로놓인 난제들/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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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6:06 조회1,1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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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TV를 통해 보도된 영변의 냉각탑 폭파장면은 여러 가지로 상징적이었다. 이미 노후한 영변 핵시설 중 핵심시설이 아닌 냉각탑의 폭파지만 그것은 북한이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환영할 만한 사건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1994년 제네바합의는 순진한 클린턴 행정부의 실책이었다고 비판해왔다. 그래서 2007년 초 대북 대화정책으로 선회한 뒤에도 자신들이 만들어낼 합의는 제네바합의보다도 훨씬 더 진전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할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제 냉각탑 폭파로 영변시설의 동결이 아닌 폐기까지 나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자신들의 외교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핵 신고와 냉각탑 폭파, 그리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에서 북한을 해제하는 조치들을 받아들이는 미국 정가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나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도 북한이 과연 실제로 약속을 잘 이행해나갈지 예의주시하겠다면서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이번 북핵 신고에는 미국 측이 요구해온 우라늄농축 문제와 북한의 대(對) 시리아 핵확산 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해명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은 지금의 제2차 북핵위기를 발단시킨 본질적 이슈였는데, 북한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해왔고 시리아에 대한 핵기술 제공도 강력히 부인해왔다. 또한 북한이 자신의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철저한 검증에 협조해줄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핵실험 기지 등 다른 의혹시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절차를 원할 것이나 북한은 이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행정부는 6자 간에 합의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의 핵신고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를 해줘야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아마도 곧 개최될 6자회담에서는 핵 물질 및 시설에 대한 검증절차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 우라늄농축 문제와 핵확산 활동을 어떻게 모니터할 것인가에 대해 북한의 협조를 최대한 얻어내려 할 것이다. 여기에서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와야만 의회의 반대를 무마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한 북한으로 하여금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촉구해, 제재 해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만을 잠재우려 할 것이다.

결국 2·13 합의의 비핵화 3단계인 핵 물질과 시설의 본격적 해체과정은 차기 미국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가 진행해온 협상의 틀을 이어받을 것인지, 아니면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로 나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것은 앞으로 남은 6∼7개월간 북한이 얼마만큼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 그리고 대미관계 개선을 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핵카드를 포기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경우 최대한으로 비싸게 팔려 할 것이다. 그런데 후자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미국 의회와 여론의 대북불신이 깊어지고 결국 신정부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은 또한 3단계의 일정 시점에서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북한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북·미협상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그전에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쟁점 중 하나는 이미 북한이 만들어 보유하고 있을 핵무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북한은 당초부터 핵무기는 6자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고 이 문제도 이번 신고에 빠져 있다고 한다. 북한은 북·미관계를 개선하면서도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해왔는데 만일 이것을 달성하기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고 그것에 상응하는 외교관계 개설, 미군 철수, 경수로 제공 등의 조치들을 모두 들어주는 순간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이처럼 멀고 험난하다. 그러나 고비고비마다 어떤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는지는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평화 구축의 당사자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거시전략과 구체적인 전술들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영관 서울대·국제정치학 

중앙일보/2008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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