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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소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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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6:05 조회1,2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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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대 조선경제연구실의 차오위즈(喬禹智) 주임이 지난 5월 3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남한이 실용정책을 고집하여 쌀과 비료지원을 계속 끊고 있으면 사생간의 결단이 요구되는 궁지에 몰리게 될 북한이 대남 국부적인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막가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 관측을 내 놓고 있는 데 주목한다.

북한에 관한 일은 단정할 수 없지만,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내외 정세 현실을 냉철히 저울질해 보면 실로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자초할 것을 그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한 전쟁 모험을 북한이 저지를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일방통행식의 쌀과 비료 원조로 북한을 달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지난날 미·소 냉전 시기에 미국의 대소련 억지 전략의 핵심은 충분한 정치 및 군사적 제압 역량을 유지하고 그 사실을 상대가 인식하게 해서 상대가 오판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일관되게 유지되었던 이 기본 방침과 이에 병행 추구되었던 ‘인게이지먼트’정책에 힘입어 냉전 시기 미·소 간 전쟁은 억지되었고 급기야는 냉전 자체가 해소됐다.

전쟁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전쟁에 대비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경험적 진실을 다시 강조한다.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엉뚱한 열쇠로 자물통을 열려고 하는 것과 같다.

93, 94년의 초기 북핵 사태 때도 미국에서 일부 학자나 논객들이 궁지에 빠진 북한이 치고 나올(lash out)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그러자 우리 나라에서도 북한을 무조건 달래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이런 관측과 이론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지고 그 후 10여 년 간 추구되었던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이 북한의 내부 사정을 개선하거나 대남도발 행태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오히려 관련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켜 왔다.

그동안의 경험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유화정책만으로는 북한을 변화하게 할 수 없다는, 국제정치 역사에서 여러 번 증명된 사실이 옳다는 것이다. 유화정책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해결할 용기가 없어서 해결을 미루고 그런 과정에서 문제가 저절로 없어지기 바라면서 상대와 원칙 없이 타협하는 일이다.

이런 무원칙의 타협 태도는 상대를 점점 대담하게 만들고 차츰 더 큰 요구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 또한 역사 경험이다. 그리하여 사실상 협박받고 갈취당하는 비정상 관계가 제도화되어 종국에는 큰 파국을 피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르게 된다.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은 남북관계 측면에서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오히려 큰 해를 끼쳤다. 마치 구조조정을 미루어 결국 경쟁에서 밀려 도산하는 기업처럼, 북한지배자들이 자조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하여 북한을 파산지경에 몰아넣었다.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던 북한의 초기 반응이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아주 대규모 외부원조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듯하다.
심각한 대남 위해 행위, 협박, 공갈, 폭언을 보복받을 위험 없이 자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제공된 남한의 원조를 받아 챙겨왔던 북한의 오랜 습성을 바꾸게 하기는 결코 쉽지 아니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남한의 원조가 저들의 광폭한 대남 언동과 일정한 함수관계가 있다고 저들이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보면 더욱 어렵다.

사정이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북한 당국에 대하여 대남정책 노선 교정을 요구해야 한다. 사실상 강요하는 일을 북한은 예사로 하고 남한은 이에 굴복하는 인상을 감내하면서 조건 없이 퍼주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대북지원 사업을 쌍방 협의를 통한 협력사업 모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원조사업이 북한 내부 사정 개선과 장차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정세 조성이라는 상호 동의할 수 있는 목표를 위하는 틀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과 북의 행동이 상호 연동하여 이 목표를 향한 추동력이 생기게 해야 한다. 크고 복잡한 기계장치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작은 부속 기계들의 연속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 작동하듯이 개별 지원사업들이 상호 연동, 증폭하여 총합적 목표 성취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이 새로운 틀을 연동정책(連動政策)이라고 부르면 좋을 듯하다. 정태적이고 단순 산술적 계산을 암시하는 ‘상호주의’와 달리 연동정책은 시너지 효과를 암시하는 동태적 상호주의 개념이다.

배급과정에 대한 외부 관찰 동의를 조건으로 미국의 쌀 50만 톤 원조를 북한이 얻어 냈다고 한다. 미·북 간 합의의 본질은 상호 연동이다. 북한의 식량 요청에 대하여 미국이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응답했고 북한이 그 조건을 수용한 일련의 상호 연동작용의 결과물이다. 

소병용 전 그리스 대사, 자유지성300인회 이사

미래한국/2008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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