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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된 사고로 이슬람채권 받아들여야 /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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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39 조회1,7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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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중동 근무 시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사업자금 조달과 은행 보증을 받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모습을 자주 보고, 우리나라 은행의 보증을 받아주지 않아 높은 수수료를 내고 외국 은행으로 간다는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 미국 법대 대학원 수학 때 국제통화기금(IMF) 법률고문이던 국제금융법 교수가 “자금 조달과 대출이 금융업 본연의 두 측면인데 일반인들은 자금 조달 능력과 차입에 따른 리스크의 분산관리가 금융업의 절체절명의 요소임을 생각지 못한다”고 한 것을 기억한다.

이슬람채권법안, 일명 수쿠크법안과 원전 수주 파이낸싱에 대한 논란을 보면 안타깝다. 채권거래 수익 중 일부가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는데, 국제 차원의 채권 발행과 이를 인수,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사회적 위상과 금융당국의 규제 관행을 보면 이는 기우이다. ‘샤리아감독위원회의 이슬람율법 강제’ 운운하는 우려도 있지만 종교적 금기사항인 술과 담배, 마약, 포르노, 도박 등의 사업 배제가 주목적이다.

이슬람채권은 불과 10여 년 사이 국제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일종의 금융기법 또는 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다. 실물자산을 자본거래의 매개체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다. 이때 실물자산은 매개체이므로 자산 자체를 목적으로 거래하는 매매계약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옳다. 이슬람 금융상품도 투자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의 속성과 위험관리 및 금융시스템 안정을 추구하는 규제의 속성에 비춰 크게 달리 볼 필요가 없다. 어떠한 금융상품도 시장을 떠나 존재할 수 없고 종교원리가 아닌 시장원리의 ‘세속산업’ 본질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대형 은행들은 예외 없이 이슬람금융부를 두고 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이자 지급 금지라는 이슬람 기준에 맞는 금융상품 개발에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자부하면서 프랑스 스위스 금융회사 등과 이슬람 금융의 주요 역할자 경쟁을 하고 있다.

이슬람금융도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슬람채권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발행되고 있다. 이슬람금융 확장에는 영국과의 전통적인 연계를 활용한 말레이시아의 기민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위스재보험과 독일 하노버재보험, 일본 도쿄마린 등 세계적 재보험사들도 이슬람권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장기적 위험관리가 필요한 보험업의 성격상 이슬람장기채의 안정성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은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해 716억 달러였고, 이 중 70% 이상이 중동 플랜트였다. 플랜트 수출 때 발주자는 거의 예외 없이 계약 이행 및 선수금 환급 보증과 함께 파이낸싱을 요구한다. 사업의 확실한 이행을 위한 담보로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원전 같은 대형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수쿠크 발행은 장기 저리의 오일달러 유치를 위해 일반 외화채권 대비 역차별을 없애고 동등하게 대우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석유를 수입하고 대규모 플랜트를 수출하는 등 중동과 밀접한 관계다. 특히 선진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금융 허브를 추구하는 우리가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이슬람권의 내면적 변화의 근저에는 세계화 패러다임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신사고가 있다. 이슬람금융 기피는 세계화된 국제사회 현실을 외면하는 폐쇄적 사고이다. 더욱이 수쿠크 발행을 통한 중동자금 활용 문제는 원전과 고속철, 방위산업, 플랜트 수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현안이다.


최승호( 한-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 전 주이집트 대사)
동아일보 (201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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