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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東 딜레마'에 빠진 서방세계 / 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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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39 조회1,504회 댓글0건

본문

민주화 이행으로 정치안정 흔들리고
유가 치솟아 세계 경제에 직격탄 우려…
네온사인 끄는 정도로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까

역시 세계화의 힘은 강력했다. 한때 미국 하버드대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세계는 개별 문명권들을 중심으로 응집되고, 그래서 문명 상호 간의 충돌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지금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혁명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은 유럽이나 동아시아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정치적 삶의 방식을 갖고 있었다. 유럽의 경우는 국가 단위를 넘어서서 지역통합을 심화시키고 협력하는 일종의 평화지대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그에 비해 동아시아는 아직도 국가의 힘이 강하고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러한 차이에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유럽과 동아시아 모두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편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추세였다.

그런데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이슬람교가 국내정치나 국제정치 영역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그렇기에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발붙이기 힘든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튀니지나 이집트와 같이 장기독재정권이든지 아니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왕조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혁명으로 이 지역에도 독재와 왕조의 벽에 도전하는 민주화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예멘·바레인·사우디에서 혁명이 성공하든 못하든 이제는 이 지역 정치정세의 전개에서 민주화 세력은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결국 시간차는 있겠지만 이 지역 정치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으며 중동 역사의 새로운 분수령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정보기술의 세계화였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그리고 인터넷 등 최신 첨단기술을 반영한 통신수단들을 통해 이웃 나라, 이웃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위 상황들이 신속하게 민중에게 전파되고 이들이 대규모로 길거리로 나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지역권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인 알자지라 방송의 역할도 민주화 열풍을 자극하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또한 위키리크스를 통해 자국의 부패한 정치지도자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가가 공개되어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도 큰 자극이었다. 이처럼 기술발전으로 심화된 세계화 흐름이 혁명의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이다. 물론 이런 민주화의 열망을 키운 구조적 원인은 식량가격의 폭등과 서민들의 경제난, 장기독재와 극심한 부패 등이었다.

이제 이런 민주화 열망을 어떻게 성공하도록 도울 것인가가 서방사회의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제도로서 정착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보듯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상당히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서방사회의 딜레마가 있다. 명분상으로 그들이 추구해온 가치인 민주주의가 이 지역에 정착되는 것을 도와야 하는데, 그 과정은 과거보다 더 불안정한 정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민주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과거처럼 미국·이스라엘을 주축으로 하고 이집트·바레인·사우디 등이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가 유지되어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어 이집트에 들어선 민주정부가 반미(反美)노선을 선택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가치규범과 미국의 국가이익이나 이 지역 정치안정이 서로 충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이 지역 정세불안이 바로 원유(原油) 공급의 불안정과 유가(油價)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2008년 금융위기의 터널을 간신히 벗어나려고 하는 미국과 유럽 경제의 회복세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113달러까지 올라온 지금 이것은 일과성 현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더 빈번하게 그리고 더 높은 가격으로 유가는 폭등할 것이다. 중동에 민주화 바람이 더욱 확산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만일 원유 생산량의 수급에 가장 중요한 안정자 역할을 해오던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고 정국이 불안정해지면 배럴당 200달러를 손쉽게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결국 앞으로 국가들은 어떻게 중동 원유에의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체질을 바꿀 것인지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희망이 없다. 그런 상황에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정부는 네온사인을 끄고 자동차 5부제를 실시하는 수준에서 임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과 관련하여 국민의식이나 경제체질을 혁명적으로 바꿔나가는 대장정을 시작해야 할 상황인데 말이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국제정치)
조선일보(20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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