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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유엔대사 노창희 前차관이 말하는 유엔 가입 ‘막전막후’ / 노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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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35 조회1,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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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대사 황급히 찾아와 10분간 대화… 그날밤 北 ‘南과 동시가입’ 성명 발표”

한국의 마지막 유엔 옵서버 대사이자 첫 정식 주유엔 대사. 1991∼1992년 유엔본부에 파견된 노창희 전 외교부 차관(72·사진)을 따라다니는 이력이다. 1991년 9월 유엔에 가입하기 전까지 한국은 옵서버 자격으로 뉴욕 유엔본부에 대사를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노 전 대사가 동아일보에 전한 유엔 가입 외교 막전막후를 시간별로 재구성했다.

▽1991년 2월=노태우 대통령이 노창희 당시 대통령비서실 의전수석비서관을 불렀다. 노 대통령의 지시는 단호했다. “올해 유엔에 태극기를 꽂아 내가 유엔본부에서 가입 기념 연설을 할 수 있게 하시오!” 노 수석비서관은 곧 유엔 옵서버 대사로 신분이 바뀌었다.

▽4월=노 대사는 4월 초 ‘북한이 끝까지 동시 가입을 반대하면 한국이라도 우선 가입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는 각서를 유엔 전 회원국에 배포했다. 유엔을 향한 ‘출사표’인 동시에 북한과 중국에 일종의 ‘최후통첩’이었다. 그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각오로 불철주야 사람들을 만났다.

▽5월 24일=문제는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반대였다. 5월 초 중국의 리펑(李鵬)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다. 리 총리의 방북 직후 노 대사는 그동안 한국과 접촉을 회피해온 중국의 리다오유 유엔대사를 기어코 만났다. 그는 “북한이 좀 더 현실적인 감각으로 협의에 응하기를 기대한다”며 말을 건넸지만 리 대사는 차갑게 대답을 거절했다. 노 대사는 씁쓸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5월 27일=박길연 북한 옵서버 유엔대사가 급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노 대사의 접촉 시도를 번번이 거부하던 터라 이상했다. ‘혹시 북한이 입장을 선회하려는 건 아닐까.’ 그러나 박 대사를 만난 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박 대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평양의 지시에 따라 남측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려는 것이니 정확히 답변해 달라”며 3가지 질문을 급하게 던졌다.
“첫째, 단일 의석 공동가입이라는 우리의 합리적인 제의를 왜 거부합니까?”

“우리는 그것을 문제 해결을 위한 성의 있는 제안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둘째, 남측은 조국 분단을 영구화하는 북남 유엔 동시가입을 끝까지 고집할 생각입니까?”

“이미 수없이 반복된 논쟁인데 이제 와서 재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시 가입이 안 되면 단독 가입을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것입니까?”

“우리는 이미 공식문서로 그렇게 하겠다고 만천하에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착각하지 마세요. 대통령이 국민 앞에 유엔 가입을 분명히 약속했는데 그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박 대사는 이렇다 할 반박도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노 대사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본국 지시라며 질문 요지도 미리 준비해 왔으면서 그 이상은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돌아가다니….’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저녁(한국 시간으로 28일 오전) 서울의 외교부 본부가 “북한이 한국과 함께 유엔에 가입하겠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고 알려왔다.

북한은 외교부 성명에서 “우리는 북남 유엔 옵서버 대표 사이에 접촉을 가졌다. 접촉에서 남조선은 유엔 단독가입은 불변이라는 것을 거듭 주장하며 그 어떤 타협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대사는 그 대목을 읽으며 박 대사가 왜 그토록 황급히 만났는지 깨닫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북한이 남한과 의미 있는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해 일종의 ‘연극’을 꾸민 것이다.

북한은 리펑 총리가 1991년 5월 평양을 방문해 “한국의 유엔 가입을 더 반대하긴 힘들다”고 말한 뒤 태도를 바꿨다는 후문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노창희 전 차관
(동아일보 201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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