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통일, 우리식 논리만으론 남 설득 못해 / 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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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43 조회1,7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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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투쟁 연장에서 북한 문제 다루다 보니
타협 여지 없고 여론 분열… 보수, 진보 막론하고
북한주민 위해 힘쓰는 모습,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세종대학교의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 출신 독도전문가다. 그는 학문적 양심에 따라 독도가 한국 땅임을 믿고 주장해온 학자인데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뼈아픈 지적을 했다. 세계 여러 나라 지도의 80%가 아직도 일본 입장을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정부의 독도 웹사이트가 한국정부의 웹사이트보다 훨씬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국제사회에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 자세가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었다.
독도문제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정부의 술책에 말리지 않기 위해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용한 외교를 하면서도 우리 입장이 일본 주장보다 세계무대에서 훨씬 더 잘 먹히도록 설득논리를 개발하고 상시적인 외교전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문제가 생길 때만 우리끼리 떠들어댈 뿐 우리 입장을 세계사회의 언어와 문법에 맞추어 개진하고 설득해나가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는 독도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업인 통일문제에서도 그렇다. 세계사회가 한반도의 통일을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만들려면 피와 언어와 역사가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된다는 주장을 넘어서는 논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그치면 중국이나 심지어 일부 미국 학자들까지도 남·북한은 각각 유엔에 동시 가입한 국제법의 주체이고 국가이니 한국이 북한에 관여할 특별한 권리가 없다고 반발하고 나선다.
물론 우리는 남·북한이 한 번도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고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명기했듯이 \'특수관계\'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법리적 주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의지와 국제사회의 민족자결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추가하여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기준에 더욱 합당하도록 통일논리도 세계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의 대북(對北)정책은 조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북한정권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만 초점을 모아왔다. 그러나 북한정권 다루기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부터는 북한정권과 주민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정권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북한주민에 대한 정책은 별개 차원에서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에 대한 정책의 핵심은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돕는 일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돕기 위해 한국이 힘쓰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북한주민을 살리는 시장원리 도입의 방향으로 북한당국의 정책이 바뀌도록 설득과 유인 제공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전제하에 대북 경제협력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원 식량이 실제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에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 국제수준의 모니터링을 조건부로 식량지원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북한이 모니터링을 거부하여 식량지원을 못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당국에 있음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서독도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통일의 결정적인 계기가 오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대(對)동독 정책의 핵심을 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동독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돕는 것에 맞추었다. 서독이 그렇게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 기준에 맞추어 대동독 정책을 펼쳐나가니 독일 통일을 견제하는 이웃 국가들도 어쩌지 못했다. 그 사이에 양독(兩獨) 주민 간에 인적교류가 심화되고 그러면서 통일기반도 조성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그러한 방향으로 조정된다면 진보와 보수 간의 대북정책은 수렴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단합된 힘으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투쟁의 프리즘을 통해서 본다. 그러다 보니 서로 상대방의 정책이 100%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몰아붙인다. 그러니 타협의 여지가 없고 국민 여론은 분열되며 그것을 또 북한정권이 교묘하게 이용해왔다. 국제사회에도 한국의 대북정책은 분열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비쳤다.
21세기가 세계화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과연 우리는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문법에 맞추어 세계화된 논리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우리끼리는 공감하고 흥분해도 세계사회에 별로 먹혀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독도문제나 통일문제나 우리는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조선일보 (2011. 4. 10)
타협 여지 없고 여론 분열… 보수, 진보 막론하고
북한주민 위해 힘쓰는 모습,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세종대학교의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 출신 독도전문가다. 그는 학문적 양심에 따라 독도가 한국 땅임을 믿고 주장해온 학자인데 최근 한 학술회의에서 뼈아픈 지적을 했다. 세계 여러 나라 지도의 80%가 아직도 일본 입장을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정부의 독도 웹사이트가 한국정부의 웹사이트보다 훨씬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국제사회에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 자세가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었다.
독도문제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정부의 술책에 말리지 않기 위해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용한 외교를 하면서도 우리 입장이 일본 주장보다 세계무대에서 훨씬 더 잘 먹히도록 설득논리를 개발하고 상시적인 외교전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문제가 생길 때만 우리끼리 떠들어댈 뿐 우리 입장을 세계사회의 언어와 문법에 맞추어 개진하고 설득해나가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는 독도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업인 통일문제에서도 그렇다. 세계사회가 한반도의 통일을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만들려면 피와 언어와 역사가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된다는 주장을 넘어서는 논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그치면 중국이나 심지어 일부 미국 학자들까지도 남·북한은 각각 유엔에 동시 가입한 국제법의 주체이고 국가이니 한국이 북한에 관여할 특별한 권리가 없다고 반발하고 나선다.
물론 우리는 남·북한이 한 번도 서로를 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고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명기했듯이 \'특수관계\'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법리적 주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의지와 국제사회의 민족자결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추가하여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기준에 더욱 합당하도록 통일논리도 세계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의 대북(對北)정책은 조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북한정권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만 초점을 모아왔다. 그러나 북한정권 다루기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부터는 북한정권과 주민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정권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북한주민에 대한 정책은 별개 차원에서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에 대한 정책의 핵심은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돕는 일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돕기 위해 한국이 힘쓰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북한주민을 살리는 시장원리 도입의 방향으로 북한당국의 정책이 바뀌도록 설득과 유인 제공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전제하에 대북 경제협력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원 식량이 실제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에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 국제수준의 모니터링을 조건부로 식량지원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북한이 모니터링을 거부하여 식량지원을 못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당국에 있음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서독도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통일의 결정적인 계기가 오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대(對)동독 정책의 핵심을 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동독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돕는 것에 맞추었다. 서독이 그렇게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 기준에 맞추어 대동독 정책을 펼쳐나가니 독일 통일을 견제하는 이웃 국가들도 어쩌지 못했다. 그 사이에 양독(兩獨) 주민 간에 인적교류가 심화되고 그러면서 통일기반도 조성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그러한 방향으로 조정된다면 진보와 보수 간의 대북정책은 수렴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단합된 힘으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투쟁의 프리즘을 통해서 본다. 그러다 보니 서로 상대방의 정책이 100%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몰아붙인다. 그러니 타협의 여지가 없고 국민 여론은 분열되며 그것을 또 북한정권이 교묘하게 이용해왔다. 국제사회에도 한국의 대북정책은 분열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비쳤다.
21세기가 세계화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과연 우리는 세계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문법에 맞추어 세계화된 논리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우리끼리는 공감하고 흥분해도 세계사회에 별로 먹혀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독도문제나 통일문제나 우리는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조선일보 (201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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