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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박병환 / 한국의 러시아 혐오증과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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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11-29 15:36 조회8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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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한국의 러시아 혐오증과 공포증

 

2019-11-29 10:00:00 게재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

 

한국 신문에서는 서방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보도를 전재하면서 한술 더 떠 비방하는 기사를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서 ‘러시아가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나서 인용했다는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를 확인해 보니 영국 장성의 발언이 왜곡된 것 같았다.

한국 언론의 이런 러시아 혐오 또는 공포증(Russophobia)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지리적으로 유럽 변방인 러시아는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에 대불 동맹의 일원으로 참전하면서 유럽 정치무대에 본격 등장한다. 그 뒤 러시아가 남하정책을 펴면서 오스만 터키와 충돌하게 되자 영국은 자국의 지중해 제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오스만 터키를 지원해 러시아에 대항하게 했다. 이때부터 영국은 세계 도처에서 러시아 남하를 경계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러시아와 영국의 대립은 19세기 후반 조선을 둘러싸고도 전개되었다. 영국은 러시아의 조선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거문도를 2년간이나 점령했다. 나아가 영국은 극동에서 러시아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동맹 관계를 맺고 러일전쟁에서 일본을 지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우리에게도 알게 모르게 주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차 세계대전 이후 북한을 점령한 소련은 자신의 안보 우려에 따라 주변을 위성국화한다는 전략을 세워 한반도 북부에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함으로써 남북 분단을 초래했고, 김일성을 사주해 6.25 전쟁을 일으켰다. 이후 냉전 기간 내내 소련은 우리에게는 적성국가였으며, 1983 9월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었을 때 소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고조되었다.

서방 시각 주관없이 받아쓰는 언론


그런데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스탈린이 김일성을 사주한 것이 아니라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자신의 남침을 지원해 달라고 매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그 전에도 일부 학자들은 남침의 1차 책임이 김일성에 있다고 주장했는데 러시아 외교문서 공개로 진실이 밝혀졌다. 한편 대한항공 여객기의 추락과 관련해 자동항법장치에 의해 비행하는 여객기가 어떻게 해서 소련 영공을 침범했는지에 대해 아직도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냉전시절 철저한 반공이데올로기에 입각한 대 러시아 인식은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와 외교관계를 맺고 교류하게 되면서 많이 바뀌었다.

2018
년 미국의 중립적인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해 한국인의 53%가 긍정적이고 35%가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은 일반 대중보다 러시아에 대해 더 부정적이라는 이야기이다.

요즘 러시아에 대해 ‘침략 DNA’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침략 DNA’라는 개념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DNA가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일까? 문제의 기사에 등장하는 영국 장성의 입장에서는 영국에 불리하면 나쁘다고 보고 비난할 수 있다. 영국이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할 때는 세계 평화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이 도전 또는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침략을 논한다면 강대국치고 침략하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는가? 한 때 영국을 가리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했는데 영국이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식민지는 침략의 결과이다. 영국 사람이 이유가 있어 내로남불식으로 러시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한국 언론은 공연히 한 술 더 뜨고 있다. 주관이라는 것이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선악의 관점보다 실리에 충실해야


혹시 국제정치를 선악의 게임으로 보는 어처구니없는 순진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실국제정치에서 선악은 없고 유불리(有不利)가 있을 뿐이고 상황에 따라 적과 동지가 구분된다. 조선 시대에는 중국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았고 현재는 소위 서방의 관점으로 국제관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방의 근거 없는 러시아혐오증(Russophobia)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러시아에 대해 선악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우리가 러시아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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