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감동시킬 외교를/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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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23 조회1,47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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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駐)리비아 한국대사관 소속 국정원 파견 외교관이 지난달 리비아 정부로부터 간첩 혐의로 강제 추방되었다. 6월 말에는 주한 리비아 대사관 격인 경제협력부 대표 등 3명이 일방적으로 철수해 서울에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태이다.
리비아와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생겼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리비아와 우리가 국교를 수립하기 전인 1978년 이미 대우건설은 벵가지 가리니우스의대 공사를 수주했다. 그 이래 1991년 리비아 대수로(大水路) 사업에 동아건설이 참여하면서 리비아는 우리의 \'4대 해외건설시장\'으로 꼽혀왔다. 대수로 사업은 사막을 옥토로 전환시켜 인근 국가들에까지 농산품을 공급해 주겠다는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야심 찬 프로젝트로 지금도 공사 중이다.
카다피 원수는 1969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41년째 국가 최고 지도자로 있다. 서방측 언론 평가와 달리 카다피는 아프리카연합(AU) 창설 과정에서 보여준 지도력 등으로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위상이 높다. 하지만 서방국가들과 리비아는 전통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었다. 리비아는 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2003년 12월 핵(核)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카다피 원수의 반미(反美) 감정은 여전하다. 특히 핵무기와 관련, 소문만 돌고 있는 북한과 리비아의 무기거래 정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이 리비아를 제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리비아는 그동안 우리가 서방 편을 든다며 종종 불만을 터뜨려왔다. 20여년 전 한국 정부는 군(軍) 출신으로 주미(駐美) 대사관 무관(武官)을 지낸 사람을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로 아그레망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두 달 이내에 나와야 할 아그레망이 석 달이 돼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무관으로 활동한 전력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필자가 리비아 대사로 있던 1990년대 중반에도 리비아 외무부 고위인사들은 리비아가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해 주었는데도 한국은 리비아의 국제기구 이사국 진출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한국은 리비아에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면서도 카다피 국가원수를 왜곡한다"고 문제 삼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 외교관이 리비아에서는 금기시된 카다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미국·이스라엘에 넘겨주었다고 리비아측이 오해하는 것도 이런 불만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면서까지 지난달 대통령 특사로 이상득 의원을 파견해 바그다디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를 세 차례 면담했다. 비록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총리를 만난 자체가 리비아가 한국 외교관 간첩 혐의를 파국으로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리비아에서의 작년 건설수주액만 31억달러이고 올해도 11조원 규모의 51건을 공사 중이다. 이 의원을 만난 리비아 총리의 말처럼 이번 사건의 오해를 풀려면 진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외교가 필요하다. 개각이 되면 새 국무총리나 외교부 장관이 기회가 되는 대로 리비아를 방문해 우리의 성의를 다시 한 번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경제 시장을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
김승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전 주리비아 대사
조선일보/2010년 7월 29일
리비아와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생겼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리비아와 우리가 국교를 수립하기 전인 1978년 이미 대우건설은 벵가지 가리니우스의대 공사를 수주했다. 그 이래 1991년 리비아 대수로(大水路) 사업에 동아건설이 참여하면서 리비아는 우리의 \'4대 해외건설시장\'으로 꼽혀왔다. 대수로 사업은 사막을 옥토로 전환시켜 인근 국가들에까지 농산품을 공급해 주겠다는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야심 찬 프로젝트로 지금도 공사 중이다.
카다피 원수는 1969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41년째 국가 최고 지도자로 있다. 서방측 언론 평가와 달리 카다피는 아프리카연합(AU) 창설 과정에서 보여준 지도력 등으로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위상이 높다. 하지만 서방국가들과 리비아는 전통적으로 적대 관계에 있었다. 리비아는 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2003년 12월 핵(核)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카다피 원수의 반미(反美) 감정은 여전하다. 특히 핵무기와 관련, 소문만 돌고 있는 북한과 리비아의 무기거래 정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이 리비아를 제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리비아는 그동안 우리가 서방 편을 든다며 종종 불만을 터뜨려왔다. 20여년 전 한국 정부는 군(軍) 출신으로 주미(駐美) 대사관 무관(武官)을 지낸 사람을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로 아그레망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두 달 이내에 나와야 할 아그레망이 석 달이 돼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무관으로 활동한 전력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필자가 리비아 대사로 있던 1990년대 중반에도 리비아 외무부 고위인사들은 리비아가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해 주었는데도 한국은 리비아의 국제기구 이사국 진출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한국은 리비아에서 경제적 이익을 챙기면서도 카다피 국가원수를 왜곡한다"고 문제 삼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 외교관이 리비아에서는 금기시된 카다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미국·이스라엘에 넘겨주었다고 리비아측이 오해하는 것도 이런 불만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면서까지 지난달 대통령 특사로 이상득 의원을 파견해 바그다디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를 세 차례 면담했다. 비록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총리를 만난 자체가 리비아가 한국 외교관 간첩 혐의를 파국으로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리비아에서의 작년 건설수주액만 31억달러이고 올해도 11조원 규모의 51건을 공사 중이다. 이 의원을 만난 리비아 총리의 말처럼 이번 사건의 오해를 풀려면 진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외교가 필요하다. 개각이 되면 새 국무총리나 외교부 장관이 기회가 되는 대로 리비아를 방문해 우리의 성의를 다시 한 번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경제 시장을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
김승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전 주리비아 대사
조선일보/2010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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